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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뉴스웨이브][주린이]주주 반발에 화들짝…파마리서치, IR 5연타 설득 총력전

- 파마리서치, 분할 논란에 IR 5차례 공세
- 소액주주 반발 확산…의결권 결집 움직임도
-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등 주주 달래기 총력


[편집자주] ‘주린이(주식+어린이)’ 코너는 주식 시장이 아직 낯선 2030투자자들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 용어는 쉽게,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주요 종목들에 대해 급등락 배경을 명확하게 풀어드립니다. 오늘 시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의도 증권가 안팎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주린이 눈높이에 맞춰 짚어드립니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파마리서치가 보름 사이 다섯 차례 IR(기업설명회)을 잇따라 진행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례적인 강도와 속도다. 그 배경에는 인적분할 결정 이후 불거진 주주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 중심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회사 측이 적극적인 시장 설득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3일이었다. 파마리서치는 이날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와 신설법인 ‘파마리서치’로 회사를 인적분할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분할 비율이었다. 존속법인이 74%, 신설법인이 26%라는 구도인데, 정작 회사의 핵심 사업부는 신설법인으로 옮겨간다. 이 때문에 구주주들이 가져가게 될 신설법인 지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주가는 발표 당일 15% 넘게 곤두박질쳤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투자자 단체를 중심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퍼졌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의결권 모으기’ 움직임까지 예고했다. 파마리서치로선 구조 개편 자체가 자칫 기업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IR 총력전’으로 이어졌다. 파마리서치는 6월 13일을 시작으로 16일, 18일, 20일, 27일까지 닷새에 걸쳐 IR 일정을 공시했다. 특히 대상과 방식에 변화를 주며 맞춤형 설득 전략을 펼쳤다.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에게는 비대면 1대1 혹은 그룹미팅 형식으로, 기관 중심의 IR은 대면으로 진행했다. 이어 이달 1일에는 한국거래소 주관의 공식 행사에서 CFO가 IR을 주도하고, 오는 9일에는 대표이사가 직접 소액주주와 온라인 간담회를 갖는다.

파마리서치 본사 전경.  사진=파마리서치

 

회사 입장에선 그간 드물게 진행해온 IR 빈도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수다. 지난 3년간 파마리서치가 공시한 IR은 총 5건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보름 남짓한 기간에 동일한 수를 한꺼번에 몰아넣었다. 이는 분할 이슈가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회사는 IR을 통해 분할 결정의 ‘정당성’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선 투자 유치와 신사업 발굴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선 지주-사업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자사주 11만9952주를 전량 소각하고, 연간 배당성향 15% 이상 유지 방침을 천명했다. 신사업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배당 재원으로 삼는 ‘지속 가능한 이익 환원 구조’도 제시했다.

하지만 주주의 반발을 완전히 잠재우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분할 비율에 대한 근본적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 ‘설명과 유인책’에 치중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과 달리 소액주주 간담회는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점, 의결권 행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등은 여전히 불만 요소로 남아 있다.

현재 파마리서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31%, 여기에 폴리쉬컴퍼니의 우호지분 10%를 더하면 약 40%에 이른다. 이론상으론 소액주주 단독으로 인적분할 안건을 부결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여론 악화 자체가 향후 IR 공신력과 기업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회사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인적분할 최종 안건은 오는 10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남은 시간 동안 파마리서치는 더 많은 ‘이해’와 ‘설득’을 만들어내야 한다. 단순한 설명회가 아니라,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