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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게이트]컬리, ‘EBITDA 흑자' 헤드라인 뽑는 이유…IPO 포석?

뉴스웨이브 2025. 3. 3. 06:00

- 팬데믹 특수에서 상장 둔화 국면
- ‘매출 성장’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전환
- EBITDA 흑자 강조… 실질적인 영업익은 과제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이커머스 기업 컬리(Kurly)가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법인세·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강조하는 가운데, 상장 재도전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컬리는 2022년 IPO를 추진했으나 기업가치 하락과 시장 불안정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이후 컬리는 매출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했으며, 영업손실 축소 및 최근 3개(1~3분기) 분기 연속 EBITDA 흑자를 기록하며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IPO 재도전을 위해서는 ‘EBITDA 꼬리표’를 뗀 영업이익 흑자 전환과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숙제가 남았다. 

컬리는 2015년 설립 이후 새벽배송을 기반으로 신선식품 이커머스 모델을 구축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온라인 소비 증가와 함께 총거래액(GMV) 폭발적 증가를 경험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이어갔고, 플랫폼 확장 및 물류 인프라 강화에 집중했다.

그러나 팬데믹 종료 후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이전까지 강조했던 매출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 투자 중심의 운영 방식이 누적된 적자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IPO 추진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컬리의 영업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88억원 → 2017년 124억원 → 2018년 337억원 → 2019년 986억원 → 2020년 1천163억원 → 2021년 2천177억원 → 2022년 2천335억원 등으로 매넌 적자 폭을 키워왔다. 2023년엔 1천43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다소 적자폭이 줄었다.

컬리는 2023년부터 매출 성장보다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고비용 구조를 효율화하고, ▲물류 생산성 개선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의 방안을 추진했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2024년 EBITDA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근 실적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1조6322억원으로 전년(1조5462)억원 대비 5.3%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89.2% 줄었다는 것이다. 2023년 3분기 1185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이 2024년 3분기에는 128억원까지 축소됐다.

컬리가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개선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물류센터 최적화, 마케팅 비용 절감, 컬리멤버스(구독 서비스) 확대 등의 전략이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컬리는 최근 EBITDA 흑자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분기 66억원, 2분기 12억원, 3분기 39억원 등 3개 분기 연속 상각 전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재무 건전성을 개선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EBITDA는 영업이익과 달리 실제 비용(이자·감가상각·세금 등)을 반영하지 않는 지표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 구조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컬리 배송차가  상차를 마치고 있다. 사진=컬리


투자은행(IB) 업계는 EBITDA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영업이익 흑자로 가는 중간단계로 평가되지만, EBITDA 흑자를 IPO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SSG닷컴, 11번가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 역시 EBITDA 흑자를 내세우며 수익성 개선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컬리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44억원을 냈다. 실제 영업이익(Operating Profit)이 흑자로 전환해야 IPO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조언이다.

컬리의 가장 큰 과제는 둔화된 성장세를 반등시키는 것이다. 2023년 컬리의 매출 성장률은 5% 안팎에 그쳤다. 반면, 주요 경쟁사인 쿠팡은 연평균 23%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41조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컬리는 ▲퀵커머스(1시간 내 배송) 진출 ▲해외 시장(싱가포르·홍콩·미국) 확대 ▲뷰티컬리·명품 시장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특히 컬리는 명품·뷰티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컬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의 뷰티 및 패션 제품을 입점시키며 차별화된 프리미엄 커머스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컬리는 IPO 재추진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회사 측은 IPO 가능성에 대해 실적 개선과 함께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IPO 시장 회복세와 함께 컬리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된다면 2025년 이후 IPO 재추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IPO를 위해서는 2022년 상장 예비심사 당시 제시한 성장 전망을 초과하는 실적을 입증해야 한다. 2022년 예심 청구 당시, 컬리는 향후 실적 추정치를 한국거래소와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심 과정에선 향후 회사의 실적 전망치까지 다각도로 검토가 이뤄진다. 따라서 당시 제시한 목표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면 IPO 승인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컬리가 IPO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EBITDA 흑자만으로는 부족) ▲시장 점유율 확대(쿠팡 대비 경쟁력 증명) ▲프리미엄 커머스(명품·뷰티)에서의 수익성 확보 등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1년 말 프리IPO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던 컬리는, 현재 장외주식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서 집계한 시가총액이 5천77억원(1주당 12,500원)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