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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브][게이트]투자금 절반도 못 건진 손오공, 1년 만에 2차전지 ‘발 빼’

뉴스웨이브 2025. 1. 3. 15:32

- 30억원 투자한 손오공머티리얼즈 12억원 매각
- 손오공머티, 다수의 공급 계약 체결 알렸지만 ‘매출 無’
- 자본잠식 손오공, 자체 자금 없어 기존 주주 상대 ‘유증’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이재근 기자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코스닥 상장사 ㈜손오공이 종속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를 매각하며 2차전지 사업에서 철수한다. 지난해 1월 손오공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2차전지를 낙점하고 신사업 진출을 위해 손오공머티리얼즈를 세웠다. 1년째 손오공머티리얼즈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마저 여의치 않자 매각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손오공은 이번 딜로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날렸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오공은 자회사인 손오공머티리얼즈 지분 100%(600,000주)를 12억8900만원에 매각 완료했다. 이사회결의일(결정일)과 처분 일자는 지난달 30일이다. 처분목적은 종속회사의 사업부진과 경영 효율성 제고라고 밝혔다.

손오공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월 손오공이 3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법인 설립 후 얼마 안 있어 볼리비아리튬공사(YLB)와 탄산리튬 플랜트를 만들고 2028년까지 3000t(톤) 규모의의 탄산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어 나이지리아 리튬 광산 운영 업체에 1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진행해 리튬 스포듀민 공급망을 확보했다고 공지해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하지만 손오공머티리얼즈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액은 전무하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17억원을 넘어섰고, 자기자본은 13억원으로 떨어져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손오공 CI

모회사인 손오공은 자금 조달이 진행했지만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당초 200억원 수준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예고했지만 지난해 초 96억원 조달에 그쳤다. 나머지 100억원 수준의 11회차 CB는 지난해 6월 발행을 철회했다.

지난달 20일엔 1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이중 96억원은 앞서 발행한 CB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 대응에 사용될 예정이다. 빚으로 빚을 막는 모양새다. 기 발행분인 96억원 CB에 대한 전환가는 1696원이다. 주가는 3일 장마감 기준 1040원이다. 전환가 대비 38.68%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런 기조가 지속된다면 기존 CB들도 주식으로 전환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기존 주주들 출자)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주가 하락을 더 부채질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손오공은 캐릭터 완구 판매와 PC방 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지난 2022년 8월 최대주주가 에이치투파트너스로 변경됐다. 에이치투파트너스는 임성진 손오공 회장의 개인회사다.

2021년 연결 기준 매출액 754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엔 매출액 667억원, 영업손실 60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2023년에는 매출액 503억원, 영업손실 9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외형 축소와 적자폭 증가 현상이 뚜렸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239억원, 7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대비 매출액은 31.8% 감소, 영업손실은 23.5% 확대된 수치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다. 결손금은 740억원에 이른다. 

한편, 매각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23일 손오공머티리얼즈는 전북 고창군과 163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해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투자 내용은 올해 5월부터 2027년까지 고창신활력산업단지 내 미분양 부지 9만8418㎡(2만9711평)에 1630억원을 투자해 연산 2만5000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