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 기술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에서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드론‘이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샤오펑의 자회사인 샤오펑에어로HT는 하늘을 나는 차인 플라잉카 LAC를 공개했는데, LAC는 6륜구동 전기 미니밴과 2인승 수직이착륙 드론으로 구성되었다.
공중은 플라잉카로 운행하지만 육지에서는 드론을 분리해 미니밴에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항공모함의 기능을 그대로 흉내낸 것이다.
샤오펑에어로HT는 제품을 소개하면서 드론이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미니밴에서 분리되고 작동법을 익히는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회사측은 이미 선주문량이 2000대를 넘었고 내년부터는 연간 1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임도 밝혔다.
중국에는 이 회사외에도 이미 세계 드론시장의 70%를 장악한 DJI(다장.大疆)이라는 회사가 있다.
DJI는 탁월한 기술 선도력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때문에 현재는 긴장국면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2006년에 설립된 DJI는 세계 최대 소비용 드론 제조업체이자, 세계 선두 드론 제어시스템과 솔루션을 연구개발하는 생산업체이다. 사용자는 세계 100여개 국가에 분포되어 있다.
2013년 초 1세대 DJI 팬텀(phantom)이 출시되어 그 해 1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이 회사는 세계시장의 70%를 석권하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의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개인정보보호 및 데이터 보안 문제와 관련해 DJI의 드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는데, 급기야 2022년 미국 국방부는 이 회사를 ‘중국 군사 회사(1260H)’ 리스트에 올리면서 집중 견제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2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무인기의 필수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 거래에서 발생하는 국가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 검토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연방 규정상 적대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중국, 쿠바, 이란,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6개국이지만, 산업안보국은 이번 규제의 주요 대상이 중국과 러시아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처럼 중국 드론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견제에 시달려왔지만 이번 CES에서도 여지없이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드론, 세계 무기시장 판도 바꾸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격 침공했을 때만 해도 전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몇 달안에 전쟁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양국은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예상밖으로 선전하고 있는데는 값싼 ‘드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은 지금은 누구나 인정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동부 영토 일부를 빼앗기자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에 진입해 급기야 북한군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로 파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양국은 여전히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도 다수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군이 이처럼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드론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10여개사에 불과하던 드론 제작사가 지금은 200여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공격용 드론으로 러시아 전차부대를 무력화시키고 각개전투를 벌이는 일반 보병들까지 공격하는 드론 무기의 효용성이 그만큼 증명이 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폭탄을 투하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군용 드론인 터키제 ‘TB-2 바이락타르’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더 싸고 특히 보병들에게 치명적인 ‘자폭 드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한군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라면 바로 이같은 자폭드론에 대한 대비가 전무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던 러시아는 이란산 ‘샤헤드-136’과 같은 자폭 드론 수천 대를 도입해 반격전에 본격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미국 국방부가 중국 드론제조사인 DJI를 민간업체가 아닌 군수업체로 등록하고 감시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하마스 최고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죽음으로 몰고간 무기도 이스라엘군 드론이었다.
신와르가 죽기 직전 이스라엘 드론을 20초간 응시했다가 나무막대기를 던지며 저항했던 장면은 지금 전세계에 중계가 된 상황이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장거리 공습을 시도할 때 드론기를 170여대 동원하기도 했다.
우리 군당국이 4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아파치 공격 헬기 36대를 구입하기로 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도 드론 공격 앞에서 공격용 헬기는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당 200억원이 넘는 러시아군 Ka-52 공격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00여대가 격추되었는데 우크라이나군의 값싼 휴대용 미사일은 물론 자폭용 드론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은 대규모 시설공습에도 활용이 된다. 8일 러시아 내륙 볼가강 인근 사라토프주의 공장에 드론 공격을 가해 로만 부사르긴 사라토프 주지사는 “밤새 사라토프와 엔겔스가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화재 지역이 확대되면서 엔겔스에 비상사태가 선포될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드론의 위력은 치명적이다.
드론의 역할이 이처럼 커지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30년 및 2035년까지의 미래 무인항공기 개발전략을 단계적으로 세우라는 긴급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 드론 산업, 민수용에서 세계 선도...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
1960년대부터 중국은 드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학을 중심으로 드론 설계 및 연구 기관을 설립해 고공촬영, 지질탐사, 대기 샘플채취 등 과학연구에 주로 활용했다.
중국기업들의 드론 개발이 일정 수준에 이르자 2015년 9월 중국 ‘국가제조강국건설전략자문위원회’는 ‘중국제조 2025’ 중점분야 기술로드맵‘을 발표했는데 10대 중점분야에 드론을 포함했다.
드론의 활용영역은 국경순찰, 치안 테러방지, 농림작업, 지도제작, 파이프와 케이블 모니터링 및 유지보수, 응급구조, 촬영 오락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대량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드론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보여준 군사용 활약상 때문만은 아니다.
민수용에서도 영역을 무한대로 확대하고 있는 드론의 역할은 CES에 등장한 ‘플라잉카 드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세덴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약 5045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인데 군사분야까지 합한다면 시장규모는 무한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드론 산업의 선도국가는 아무래도 미국, 중국, 일본 등이지만 시장점유률이 높은 중국의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르다.
윤대상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센터장 등이 작성한 ‘중국 드론산업 동향’을 보면 첨단기술영역에서 중국은 미국에 뒤쳐지고 있으나 일반 소비자용 드론의 연구개발, 생산과 수출에서는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한다.
논문에 따르면 세계 94%의 드론은 중국에서 생산되며, 소비자용 분야에서 DJI 한 기업이 세계 70%의 시장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같은 드론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3월 헨드릭 보데커 DDI 공동설립자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드론쇼코리아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국 드론 산업이 글로벌 순위에서 9위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했다.
보데커 CFO는 “지난해 조사에서 한국의 드론 산업 경쟁력은 전체 9위였다”면서 “일본과 미국, 중국이 각각 1, 2, 3위로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산업 성장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데커 CFO는 한국이 드론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선 시장과 기술 성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드론의 경우 초기 단계 투자는 괜찮지만 성장 영역에서는 투자가 줄어드는 점이 드론 발전의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드론 경쟁력은 더욱 떨어진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영국 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드론 준비도 조사’에서 한국은 12개 선진국 중 최하위라는 결과도 나왔다.
물론 우리 정부도 드론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선 모양을 보이기는 한다.
가령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제2차 드론산업발전 기본계획’(2023∼2032년)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 2.0’을 마련하고 드론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 지원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드론산업 환경 조성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지원은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김학기 산업통상연구본부 해외산업실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드론, 한국 산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드론 개발자 지원 방법에 관해서도 여러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드론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드론 관련 중소기업 육성 방안이나 드론 관련 국가 프로젝트는 필요한 드론 개발에 실패하고 비용만 허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우리나라 여러 지자체가 진행 중인 드론관련 지역 개발 사업도 예산의 대부분이 드론 시험장 개발 등 토목 분야에 집중되고 연구개발 사업 육성에는 예산이 거의 투입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드론 산업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데 이미 우리나라와 격차를 벌이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11월 이른바 '저고도 경제'(低空經濟·유·무인 항공기를 활용한 경제활동)를 신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아예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팀을 만들기로 했다.
바야흐로 드론 산업계의 빅뱅이 이뤄지고 있고 각국 정부의 지원책과 견제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업계나 정부의 준비실적이 너무 부진하다는 점이 안타깝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출처 : 뉴스웨이브(http://www.news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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