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코그룹, 다올투자증권 3대주주 부상...경영권 분쟁 가능성↑
- ‘사업 다각화 vs 시세차익’ 목적 논란
- 다올증권 부동산PF 부실 해결 여부가 경영권 향방 ‘변수’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작년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1, 2 대주주간에 경영권분쟁이 벌어졌던 다올투자증권에 유력한 3대주주가 최근 등장했다.
이 3대주주가 기아자동차 창업주의 사위 또는 외손자 기업으로, 자동차부품 특화그룹인 세코그룹이라 해서 또 화제가 되고 있다.
세코그룹이 경영권을 노리고 3대주주로 진입한 것인지, 아니면 시세차익 확보 목적의 재테크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그동안 소강 상태이던 다올투자증권 경영권분쟁이 올해 다시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2월19일부터 시작된 다올증권 지분 장내매수에 동원된 세코그룹 계열사들은 저축은행들인 오투저축은행과 흥국저축은행, 그리고 투자 및 경영컨설팅 업체인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등 모두 3곳이다.
대전에 본점이 있는 오투저축은행은 지난달 19일 50.3억원을 투입, 다올증권 지분 2.65%(161만1586주)를 주당 3125원에 장내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27일까지 모두 4영업일에 걸쳐 지분을 계속 사모았다. 이렇게 확보한 지분이 모두 3.43%, 투입한 금액은 66.12억원이었다.
부산 소재 흥국저축은행도 12월19일부터 27일까지 모두 65.18억원을 동원해 지분 3.34%를 사모았고, 인베스터유나이티드는 3.4억원으로 0.17%를 확보했다. 이렇게 3사가 모두 134.7억원을 동원해 사모은 지분이 6.94%에 달한다.
다올투자증권의 현재 최대주주는 이병철 회장 및 특수관계인들로, 지분율 25.06%다. 2대 주주는 슈퍼개미로 잘 알려진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 및 특수관계인(14.34%)이다.
이들 외에 SK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중원미디어 등도 작년 정기 주총때까지만 해도 각각 4.7~4.8% 정도씩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도 보유 중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지분율이 5%를 넘으면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세코그룹이 현재로서는 3대주주로 올라선게 분명하다.
2대주주인 김기수 대표는 2023년 4월말 차익결제거래(CFD) 사태로, 다올증권 주가가 급락했을 때 지분을 대거 매입, 2대주주로 올라섰다. 그해 9월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권영향’으로 변경하면서 이병철 회장 측과의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작년 3월 주총에서는 SK-케이프증권과 중원미디어 등이 이 회장 우호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 측이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 작년 말 세코그룹의 3대주주 등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세코그룹 측은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면서 일단 경영권분쟁 참여설을 부인하고 있다. 또 지금도 SK증권 등이 이 회장 우호지분이라면 설령 2,3대 주주가 연합하더라도 이 회장측을 이기기 어렵다. 우호지분 포함, 이 회장 측 지분율이 모두 39% 안팎에 달하는 반면 2, 3대주주 지분합계는 21.28%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세코그룹의 자금 동원력이다. 1966년 세코그룹을 창업한 배창수 창업자는 기아자동차(현 기아의 전신) 김철호 창업주의 사위이고, 현 세코그룹 최대주주인 배석두 회장(70)은 그의 외손자다.
그룹 창업 때부터 기아자동차의 전폭 지원을 받아 자동차부품 전문그룹으로 꾸준히 성장했으며, 거기서 번 돈으로 사업다각화도 열심히 했다. 2010년대 초반 저축은행 사태로 이번 지분 인수전에 동원된 오투-흥국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자 인수했고, 2016년에는 우리인터넥스를 사들여 의류업에도 진출했다.
2022년에는 사모펀드와 연합해 연예인 주병진씨가 창업해 화제를 일으켰던 ‘좋은 사람들’을 인수하기도 했다. 출판업체인 쌤앤파커스와 과자업체인 상일식품, 미찌푸드 등도 계열사다.
현재 자동차부품업체인 서진오토모티브와 에코플라스틱 등 상장사가 2개이고, 국내외 비상장 계열사들도 인베스트유나이티드, 서진캠, 서진산업, 미보기아, 연합 등 32개에 달한다.
작년 그룹 전체 자산과 매출 규모는 각각 3.2조원 안팎으로 집계된다. 작년 그룹 전체 당기순익은 515억원 정도로, 매출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큰 이익은 못내도 대규모 적자나 결손, 자본잠식 등에 빠진 계열사를 찾기 어려운 것도 이 그룹의 특징이다. 이익을 많이 내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단단한 중견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중소형 지방 저축은행들인 오투와 흥국저축은행은 다른 많은 저축은행들처럼 과다한 부동산관련 대출 부실 때문에 현재 상태가 썩 좋지않은 편이다. 오투는 올 1~9월 적자전환했고, 흥국은 흑자규모가 확 줄었다. 그런데도 이번 지분 인수에 이들을 투입한 것은 그래도 다른 계열사들보다 인수 여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다올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은 1882억원에 불과하다. 이론적으로 세코그룹이 565억원만 더 투입하면 장내에서 지분 30%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 지분 30%를 추가하면 1대주주 등극이 가능하고, 2대주주와 연합하면 50%선도 넘길 수 있다.
한꺼번에 500억원 이상을 동원하려면 약간 빠듯하겠지만 세코 주력 계열사들의 보유 현금성 자산이나 이익잉여금 등을 감안할 때 절대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세코그룹 재무상태라면 마음만 먹으면 단독으로도 다올증권을 인수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이 개인투자자 출신인 2대 주주와 또 다르게 3대주주의 출현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올증권그룹 자체도 사업다각화 대상으로 삼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게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올증권은 지난 9월 말 자기자본이 7108억원 정도인 중형 증권사다. 과다한 부동산PF 우발채무 때문에 큰 부실이 발생, 작년부터 크게 고전 중인 증권사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동산 전문가 출신인 이병철 회장의 과거 지나친 부동산 중심 영업전략도 그동안 큰 문제로 지적되어온게 사실이다.
2023년부터 주가에 호재인 경영권분쟁이 발생했는데도 주가가 맥을 못춰온 것도 과다한 부동산PF 부실 때문이었다. 2023년 4월 말 3천원대 중후반에 주식을 대량매입했던 2대주주 김기수 대표도 작년 하반기 2천원대 중후반, 최근에도 3천원대 초반에 불과한 주가 때문에 아직 투자원금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과다한 부동산PF 채무보증에서 생긴 부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상당 부분 수습해가는 단계다. 2023년에만 PF 유동화증권 보유분을 포함한 채무보증 중에서 1494억원을 장기대출로 전환, 채무보증을 종료했다. 알짜 계열사들인 다올인베스트먼트와 다올신용정보도 2023년 초 매각했다.
덕분에 다올자산운용, 다올저축은행 등 종속 자회사들을 모두 포함한 연결기준 영업손익은 작년 1~9월 667억원에서 올 1~9월 약 300억원으로, 적자규모를 많이 줄였다. 다올자산운용 등 자회사들도 나름 영업에 일가견이 있는 알짜들이 많아 부동산PF 문제만 정상화되면 그룹 전체 실적이 수직상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고금리 전환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 전인 2021년에만 해도 다올증권의 연결 영업이익은 1476억원, 당기순익은 1761억원에 각각 달했었다. 별도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익도 각각 1054억원, 1795억원씩이었다. 순익이 기껏 수십억, 수백억 규모인 자동차부품업과 다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앞으로 계속 인하돼 정상적인 영업환경이 되면 다올증권은 얼마든지 많은 이익을 낼 증권사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익률이 박하고 전기차 전환위험이 있는 자동차부품업체나 의류업체 등에 비하면 세코그룹이 충분히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탐을 내볼만한 대상일것”이라고 말했다.
골치 아프게 인수까지 가지 않고 경영권분쟁을 최대한 활용, 큰 시세 차익을 남기고 엑시트하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다. 수습단계인 부동산PF, 금리인하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다올증권 주가는 앞으로 떨어질 확률보다 올라갈 확률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세코그룹의 다올증권 주식 매입가는 주당 3032원에서 최대 3569원까지다. 3천원대 초반에 매입한 양이 더 많다. 2대주주와 연합하는 척 하면서 적당히 경영권 분쟁설을 띄우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고, 그때 팔고 나오면 상당한 시세차익이 가능하다. 일종의 꽃놀이패 같은 3대주주 투자인 셈이다.
하지만 변수들도 있다. 우선 다올증권의 부동산PF문제가 완전 해결됐느냐는 점이다. 수습은 많이 했지만, 아직도 적지않은 부실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올증권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작년 1~9월 825억원에서 올 1~9월 519억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충당금 규모가 상당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다면 계속 목을 짓누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과거 다올증권의 주력무기는 부동산관련 영업이었는데, 이 부문을 대폭 정리하고 나면 과연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지도 과제다.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올증권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맥을 못 출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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