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등장과 함께 뛰기 시작한 비트코인이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효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이 달러패권 유지의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10일 오후 1시 25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22% 오른 8만1110.99달러까지 올랐다.
다른 가상화폐 이더리움도 전날 3000달러를 돌파한 뒤 이날 6% 넘게 오른 3200달러대까지 올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선거일 이후 각각 18%, 32% 상승했고, 코인베이스 주가는 지난주 48% 급등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워온 도지코인도 이날 오후 40% 넘게 급등해 0.30달러를 찍었다.
◇케네디 주니어, 일론 머스크 등 트럼프2기 주역들 대부분이 가상화폐 옹호자들
가상화폐 투자회사 갤럭시 디지털의 연구 책임자 알렉스 손은 “가상화폐가 황금기에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팀, 기부자들의 가상화폐 지지 성향은 트럼프가 업계에 공약한 내용을 이행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 미국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하는 등 현 정부와 달리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비트코인(BTC)은 또다른 형태의 화폐의 새로운 통화”라며 “BTC에 투자해본 적은 없지만 시민들이 가상자산으로 지불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세론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가상화폐 옹호론자이다.
흔히 백신음모론자로만 알려진 케네디 주니어가 선거운동 기간중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자 가상화폐들이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열렬한 가상화폐 지지자이기 때문이었다.
케네디 주니어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유일한 ‘친 암호화폐’ 후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예전부터 디지털 자산을 수용하고, 선거 기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으며, 당선되면 비트코인으로 미국 달러를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디지털 통화(CBDC) 발행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의 최대 공헌자인 일론 머스크가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2021년 비트코인을 테슬라의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단숨에 20% 이상 상승했다.
다만 그 당시 가상화폐 채굴이 지나치게 많은 전력을 소모해 기후변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아 머스크는 그같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오래전부터 “기후변화는 사기”라면서 국제적인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을 한 상태이다.
때문에 가상화폐가 더 이상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굴레에 갇혀있지 않고 날개를 더욱 크게 펼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가상화폐는 이미 미국 대선에서 이미 큰 손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5050만달러(약 671억원)를 기부해 기부금 순위 1위에 올랐고 둘째로 기부금을 많이 낸 곳 역시 가상 화폐 리플을 발행하는 리플랩스로 4800만달러를 기부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기부금을 내놓아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미국 정부를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권력기관으로 만들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임은 분명하다.
◇비트코인, 달러패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뒷받침...가상화폐 후진국 한국의 선택은
올해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연방 카잔에서 제16차 브릭스 정상 회담이 열렸다.
“공정한 세계 발전과 안정을 위한 다자주의 강화”라는 기치로 36개국 지도자가 모였고, 그중 22개국은 정상이 직접 참석했다.
현재 브릭스의 정식 회원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UAE 등 9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이른바 카잔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브릭스 은행’이라 불리는 신개발은행(NDB)을 21세기의 새로운 다자주의 개발은행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곧 달러 패권주의의 탈피를 모색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푸틴 대통령은 대안적 결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는 “달러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달러의 무기화가 문제”라고 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거래를 막았으므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했다.
이들 국가들은 푸틴의 열망대로 미국 등 서방 중심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을 대체하는 논의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달러 패권을 흔들 브릭스 단일 통화나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이처럼 달러 패권을 달가워하지 않은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미국 달러가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확실하다.
한때 비트코인이 급등하자 가상화폐가 달러패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등장하기도 했다.
굳이 트럼프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비트코인은 연초부터 급등랠리를 시작했다.
지난 1월 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이후 자산가들의 자금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 7만 달러를 돌파한바 있다.
SEC는 여기에 더해 블랙록의 220억 달러 규모 비트코인 ETF에 대한 옵션 거래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블록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블룸버그 분석가 에릭 발추나스는 이번 승인을 두고 “유동성을 끌어들이고 더 큰 투자자들을 유인할 기회”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트와이즈(Bitwise)의 알파 전략 책임자인 제프 파크도 X를 통해 “이번 승인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있어 역사적인 변곡점”이라고 평가하며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비트코인의 금융적 잠재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가상화폐가 이처럼 시장지배력을 확대해가자 모건스탠리의 디지털 자산 시장 책임자인 앤드류 필은 세계적으로 약 1억명이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82개국에서 비트코인 ATM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달러 패권이 점차 침식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비트코인 ETF가 바로 미국 달러화에 연동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중앙은행 이사는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화폐 기반 금융 거래(DeFi, 이하 디파이)가 미국 달러화의 패권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모두 달러화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테라·루나 사태 역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테라가 달러화와의 페깅(가치 고정)이 끊어지면서 테라의 가격을 지지해 주던 자매 코인 루나의 가격도 연쇄 폭락한 사건이다.
루나 사태는 결국 달러화의 보증을 얻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상화폐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너무 더디다.
금융위원회 산하에 가상자산(암호화폐) 자문기구 '가상자산위원회'가 닻을 올린 것이 최근 일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금융의윈회에 따르면 회의 첫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관계부처‧기관 및 민간위원들과 함께 향후 위원회 운영방향과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이슈 등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과거 가상화폐는 법정통화가 아니고 보호받을 주식도 아니라면서 외면으로 일관해왔다. 가령 문재인 정부 시절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은 법적 보호대상이 아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경고성 발언을 이어가기만 했었다.
가상화폐에 대한 최소한의 감독장치인 '가상자산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법)'이 시행된 것은 지난 7월 19일이었다.
또 특금법, 법률개정안을 준비 중인 STO 관련법 등 유관법이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규제일변도라는 사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들어온지 이미 한참 시간이 흘렀고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비트코인 등이 어떤 위상까지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나 시장은 너무 까막눈으로 대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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