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11월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2주 앞두고 가상화폐의 대장이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면서 다시 1억원을 넘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3월 사상 최고가인 1억500만원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최근 9500만원까지 반등하며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십억원 어치의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어 이미 트럼프 본인이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거리이다.
지난 8월 미 NBC와 CBS 방송 등이 공직자 후보 재산 공개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0만∼500만달러(약 13억5000만∼67억70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 지갑과 '가상 이더리움 키'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6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밸리 큰손들이 주최한 모금 행사에 참석해 아예 자신이 ‘가상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비트코인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헤지펀드들이 중국 위안화와 멕시코 페소화 하락에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곧 달러강세를 의미한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국과 멕시코를 주요 타깃으로 삼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서도 ‘부자 나라’ 운운하면서 압력을 높이고 있어 원화가치에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트럼프의 당선에 대비해 국제적인 큰 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등장과 함께 국제질서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금 사재기에 나서 금값도 사상 처음 온스당 2700달러를 돌파했고 금 선물가격도 274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달러·금·코인 등 도널드 트럼프와 관련된 자산 가격이 오르는 ‘트럼프 트레이드(거래)’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베팅 플랫폼인 ‘칼시’에 따르면 다음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베팅하는 금액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트럼프의 대선 승리 확률이 60%를 넘어서면서 예측시장 조작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는 베팅사이트는 칼시만은 아니다. 영국 베팅 사이트 ‘베트페어’는 트럼프가 승리할 확률을 약 58%로 예측했고, 미국의 선거 베팅 사이트 ‘프리딕트잇’은 54%라는 승리예측을 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트럼프 미디어의 주가도 한 달 사이에 3배 가까이 폭등하는 등 자산시장은 이미 트럼프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선거베팅 사이트에서만 트럼프 대세론이 뜨는 것이 아니라 정치분석가들 역시 트럼프 승리에 베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내놓은 자체 예측 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52%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42%)을 앞섰다는 내용이다.
더힐은 해당 분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제친 것은 지난 8월말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8월말 기준으로는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54~56%에 육박했다.
이달 초까지는 두 후보 모두 50% 안팎의 초박빙 구도를 유지했다는 게 더힐의 분석인데, 사실 해리스는 그동안 반(反)트럼프 매체들에 의해 과대포장되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국내 언론들도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매체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도내용을 일방적으로 추종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가 20일 내놓은 자체 평균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2%포인트)와 위스콘신(2%포인트), 미시간(2%포인트), 네바다(1%포인트 이내) 등 4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2%포인트), 애리조나(2%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1%포인트 미만)에서 박빙 우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폴리마켓 사이트에 게시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6곳 예측조사를 보면 모두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애리조나 70%, 조지아 66%, 펜실베이니아 58%, 위스콘신 57%, 미시간 56%, 네바다 55% 등으로 예측되고 있어 워싱턴포스트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이다.
◇해리스, 경제이슈에서 트럼프에 밀리고 불법이민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
잘 알다시피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출신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다.
해서 미국 유권자들은 아무래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적임자는 해리스보다는 트럼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게 사실이다.
미국 정치매체 더 힐은 운수노조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해리스 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저조한 노동자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ABC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10월 4∼8일 전국 성인 26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관리에 대한 신뢰도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각각 8%포인트, 7%포인트 앞섰다.
애초 트럼프가 바이든 집권기에 살아남은 것은 물론 표심을 모으게 된 계기가 코로나 이후 미국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인플레이션이었다.
그런데 해리스는 스스로를 바이든의 복제품처럼 처신해 경제 이슈 등에서 트럼프와의 차별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얼마 전 트럼프가 유세 도중 불법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식용으로 한다고 해서 발칵 뒤집힌 적이 있는데, 이는 트럼프의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트럼프의 발언이 터무니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뿌리부터 이민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높은 백인 저소득층들은 물론이고 흑인 심지어 히스패닉계열 유권자들까지 불법이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점을 민주당측에서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기를 흑인이나 히스패닉 그리고 동양사람들은 불법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일 것으로 여기는데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이나 흑인들은 불법 이민자들이 그네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법이민을 막는 역할을 부여했기에 트럼프가 집요하게 해리스를 공격하고 있고 이런 전략이 일부 통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불법이민자들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공격 포인트이다.
ABC 방송과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도 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한 찬성 여론은 8년 전보다 20%포인트 증가한 56%였다. 이에 대해 ABC는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부 국경의 이민자 문제 처리에 대한 신뢰도에서 10%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일부 흑인 남성들은 또 해리스가 반쪽만 흑인이고 여성이라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버락 오바바 전 대통령까지 나서 “흑인 남성들 일부가 해리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는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흥분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비율은 78%, 히스패닉 비율은 56%로 나왔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의 90%를, 히스패닉계의 62%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한인들의 동향은 더 트럼프에 기울고 있다.
미주중앙일보가 10월초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인응답자중 50.6%가 트럼프를 지지해 해리스 후보의 47.8%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은 경제, 불법이민 등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더 유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 19일 미 대선의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유세를 한 것은 이미 모든 이들이 알고 있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게 아니냐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엔 메타(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트럼프에게 전화해 한 달 전 있었던 암살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등 트럼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처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트럼프 지지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바이든 미국 정부가 빅테크 규제에 적극적인데다 유럽연합(EU)이 이들 기업들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때리자 트럼프가 발끈하면서 미국 대기업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경우 트럼프가 비록 전기차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올리겠다는 민주당 경제정책이나 빅테크 산업에 대한 규제에 골몰하고 있는 바이든 해리스 체제에 큰 반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기꺼이 트럼프 지지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민주당은 좌파, 해리스는 다 나아가 극좌파라고 몰아붙이면서 이념투쟁을 선동하고 있는데 이같은 캠페인이 일정 부분 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도 트럼프에 우호적
월스트리트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대응 능력에서 해리스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능력에 대해 50%의 지지를 얻어 해리스의 39%를 넘어섰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48% 대 33%로 우위를 점했다.
다시 말해 미국 유권자들은 두 개의 큰 전쟁을 해결하는데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능력이 앞선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미국이 이들 분쟁에 개입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트럼프의 일관된 입장이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 당장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호언하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미국 예산을 빼가는 세일즈맨으로 여러번 평가절하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트럼프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된 계기가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었다.
다시 말해 어찌 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함으로 해서 트럼프의 재등장을 도와준 셈이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
20일 외신들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후보간의 통화내용을 전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네타냐후 총리는 내 생각을 물었고 나는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이스라엘은 여전히 미국 내에 막강한 파워를 쥐고 있는 유대인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어 트럼프도 함부로 할수 없는데다 이란에 대해서는 대통령 재임시절부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와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지지해왔다.
트럼프는 아예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해도 좋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트럼프가 예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오바마 전대통령이 이란과 합의한 핵협정을 파기한 전력에서도 알수 있듯이 이란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은 해리스보다 낫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트럼프의 당선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예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트럼프 2기’의 출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우리는 얼마나 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지 내부 점검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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