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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용웅 칼럼]이변 없다는 10·16 재보궐선거에서 읽히는 ‘이변’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4곳의 기초자치단체장을 선출한 10·16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에서 승리해 2대2 무승부가 됐다.

 

서울교육감 선거는 진보진영의 정근식 후보의 당선으로 결론이 났지만 20%대의 저조한 투표율과 정당 개입이 허용되지 않아 유의미한 해석을 내리기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여전하고 명태균 파동으로 집권 여당 핵심부가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선택에 대해 여러 해석들이 중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재보선은 누가 보아도 미래권력인 이재명과 한동훈의 대결로 치러졌다. 현재 권력인 용산 대통령실은 어찌 보면 방관자적인 입장이 된 아주 기이한 선거였다.

 

심지어 용산과 반한동훈 정서를 공유하는 여권 일각에서는 부산 금정이나 인천 강화 어느 한 곳이라도 여당이 패배하면 한동훈 당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다는 그런 말들도 흘러다녔다.

 

다시 말해 이번 재보선은 특정지역에서 치러진 특성도 있지만 물가와 같은 경제이슈나 북핵위기 고조 등 안보이슈 등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 전형적인 정치선거였다.

 

삼성전자발 위기로 대표되는 녹녹치 않은 경제상황과 연일 적대국가론을 외치고 있는 북한, 그리고 ‘머니머신’ 한국에 방위비 13조원을 부담시키겠다고 외치는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등의 외침 등이 모두 들리지 않은 재보선이었고 국내정치는 여전히 국내정치에 머물고 있음을 확인해준 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2대2 무승부? 정치지형도엔 조금씩 변화 보인다

 

먼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61.03%를 얻어 38.96%를 득표한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22.07%포인트 큰 차이로 이겼다.

 

직전 4·10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13.25%포인트 차로 이겼는데 당시보다 여권의 악재가 더 중첩된 상황에서 표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 것은 부산의 보수 지지층이 연일 부산을 찾고 용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한동훈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었음을 알 수 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앞지르기도 했었다.

 

강화군수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가 50.97% 득표율로 과반을 넘겼다. 여당에서 탈당한 안상수 후보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남 두 곳의 보궐선거 결과는 겉으로는 무난하게 민주당이 이긴 것으로 나오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해석을 하기에 애매한 부분도 있다.

 

격전이 예상된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41.09%를 얻어 진보당 이석하(30.71%), 조국혁신당 장현(26.56%) 후보를 이겼다. 비록 3파전이었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호남에서 지역 기반을 다지려고 했던 조국혁신당의 입장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 선거였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비록 이겼다고는 하지만 텃밭에서도 중도확장성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걱정이 깊어질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과 연일 확대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고려하면 민주당의 확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가능성을 보이기는 했지만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조국혁신당은 향후 전개될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 대표가 대체제로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불가피하게 보수진영의 지각변동이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경제 이슈와 안보 이슈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번 재보선 결과가 바로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또한 지리멸렬하고 있는 여권에서 총선패장 한동훈 대표의 입지가 더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정구 승리를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용산 대통령실의 풍경이 이변이라 할 수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한동훈 대표는 17일 “김건희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처럼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파장을 예고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10·16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선 “나라를 생각해서 너희에게 기회를 한번 줄 테니 ‘한번 바꿔 봐라’라는 것”이라며 “저희가 용기와 헌신, 정교함으로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재보선 이후 사실 여야를 통틀어 유일하게 승리를 선언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검찰이 17일 김건희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해 앞으로 여야관계는 물론 당정관계도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북풍’, 코 앞에 다가온 미국 대선 등에 선을 긋는 정치권 풍경이 바로 ‘이변’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하며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북한의 개정 헌법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한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정한 것은 확실해졌다.

 

이로써 남북한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발 가짜뉴스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북한군의 군대 파견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범죄자 연합에 이미 북한도 포함됐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 아니라 인력도 공급하는 사실을 자국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북한이 군인 1만명을 러시아에 보냈으며 이들의 역할은 분명하지 않다고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고 일각에서는 이미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이 탈영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지 러시아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고 있다.

 

‘북풍’은 한때 우리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남북한 긴장고조가 보수세력에 호기라고 여긴다거나, 남북정상회담 등 긴장완화는 진보세력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은 과거 우리 정치사의 일관된 풍경이었다.

 

아무리 지방자치단체 선거라고는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누구 하나 남북한 긴장고조 문제를 따로 언급한 발언을 듣지 못했다.

 

아직 유권자들이 격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실감을 느끼지 못한 결과일수도 있지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에는 왠지 씁쓸함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듣는 것은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기이한 풍경이다.

 

국내에서는 해리스가 무난하게 당선이 돼 한미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대세인데, 이는 그동안 해리스에 친화적인 보도를 일관해온 국내 언론들의 보도관행 탓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 트럼프 집권시 미국정부를 상대했던 민주당이나 바이든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국민의힘 그 어느쪽에서도 ‘트럼프 2기’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없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남북한 긴장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미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그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안개속인 국제적인 상황도 상황이지만 전쟁중인 이스라엘보다 주식시장이 부진하고 “자영업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경기부진의 경고등이 연일 깜박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 김건희 리스크만 외쳐대는 현상이 무엇보다 ‘이변’이라면 ‘이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