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브 = 이용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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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대폭 낮춘 ‘반도체 겨울’ 보고서 직전에 SK하이닉스 주식을 100만 주 넘게 매도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6월과 9월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상반된 전망 보고서는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면서 인공지능(AI) 등 여러 이슈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월 6일 “AI가 주도하는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오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30만원으로 제시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석달만인 지난 9월 15일에는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조정한다”면서 전혀 상반된 보고서를 내놓아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어리둥절’ 아닌 ‘모건둥절’인 셈이다.
모건스탠리가 석달만에 상반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 음모적인 차익 실현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 투자자들을 위한 변심인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AI 산업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것과 따로 생각해서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장면2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가 AI를 발 빠르게 도입한 덕분에 생산성이 향상되며 2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마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1693억4000만 달러(약 230조원), 영업이익은 8.5% 증가한 79억 달러(약 10조7200억원)를 달성했다.
덕분에 월마트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AI 선두 주자인 엔디비아가 최근 급격한 조정기를 거치면서 AI 거품론에 불을 붙였지만 AI기능을 활용한 유통업체인 월마트 주가는 위로만 치솟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고민은 깊어진다.
맥밀런 월마트 사장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월마트가 여러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사용해 제품 카탈로그에서 8억5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개선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없었다면 같은 시간 내에 작업을 완료하려고 했을 경우 인력이 현재보다 약 100배 더 많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맥도날드가 최근 IBM과 함께 작업했던 AI 주문 기술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반면, 월마트가 AI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을 비교해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AI거품론의 근거는... 과연 ‘환멸의 골짜기’를 지나는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전략 핵심으로 평가받는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285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혀 시장 예상치 286억8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도 최근 2분기 자본 지출로 132억 달러를 썼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22억 달러를 8% 초과한 금액이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투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챗GPT 등장 이후 이어지고 있는 AI 붐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으며 투입 비용 대비 수익성 등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는 보도와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AI 경쟁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지난해 애플의 앱스토어와 유사한 GPT 스토어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용자가 자신이 만든 GPT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수익이 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클라우드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지만, 루스 포랏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데이터센터·반도체에 대한 투자로 비용이 전년 대비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AI 산업이 ‘환멸의 골짜기’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혁신 기술은 기술 촉발, 과도한 기대의 정점과 환멸의 골짜기, 계몽 단계, 생산성의 안정기를 거친다.
가트너는 “AI에 대한 거품이 빠지고 유행이 줄어드는 ‘환멸의 골짜기’ 단계 진입을 앞두고 있다”며 “일상에서 활용 사례가 증가하는 계몽단계를 거쳐 안정기에 도달하는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환멸의 골짜기를 견디는 과정에서 기업 간 옥석이 가려져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AI 산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사실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전기이다.
AI 개발과 유지를 위해서는 데이터 센터가 필요한데, 바로 이 지점에서 전기 문제가 등장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년 뒤 전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이 1050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한 해 전력 소비량과 맞먹고, 우리나라의 2022년 전력 사용량의 2배에 달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기반 AI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가 2023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AI 추론을 클라우드상에서만 수행했을 때의 비용은 기존 대비 10배 수준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만으로 AI를 가동할 경우 그 전력량은 2030년까지 글로벌 전체 전기 생산량의 3.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메타가 최근에 개발한 AI 모델 ‘라마 3’는 약 27메가와트의 전력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의 2만300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양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AI는 미래성장산업...거품론에도 포기할 수 없어
캐피털 이코노믹스(CA)의 존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을 반박하면서 뉴욕 주식 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올해 연말 600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종목의 향후 흐름은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와 관련해 “물론 엔비디아의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엔비디아는 매출과 주당순이익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계속해서 뛰어넘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데이비드 포커츠-란다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대형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중반으로, 25년 전 닷컴 버블 시기에 비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 등 선두 업체의 PER은 90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오픈AI는 65억 달러(약 8조6600억원)의 투자 유치와 50억 달러(약 6조6600억원) 규모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115억 달러(약 15조3180억원)에 달하는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2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러브프럼’ 최고경영자(CEO)와 손을 잡고 오픈AI의 챗GPT를 구동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아이브와 올트먼이 개발하는 디바이스는 오픈AI 기술을 활용한 ‘AI 비서’로서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을 실시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지원하는 AI 투자 회사인 MGX가 최근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의 자금 조달 라운드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업계의 합종연횡과 대규모 투자유치는 현재진행형으로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아직 생성형 AI 개발에는 소극적이고 대규모 전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7908억원)에 이어 올해도 AI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금액이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를 약 95조원으로 전망했지만 국내 AI기업 매출은 5조2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전기 확보 문제가 시급하고 스타트업 기업 지원에 지금 당장 마스터 플랜을 짜도 늦은 시점이다.
영국 데이터분석 기관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전 세계 8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해 최근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 중 27점으로 종합 순위 6위에 올랐다.
1, 2위는 수 년째 미국과 중국이고 한가지 눈에 띄는 나라는 바로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한국보다 낮은 13위였으나 올해 5위로 크게 올랐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 AI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을 세우고 누적 72억 유로(약 10조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10위에 이름을 올린 인도의 약진도 주목할만 하다.
미국은 AI,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면서 삼성전자에 9조원, SK하이닉스에 5조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년 AI 투자 예산이 고작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래서야 AI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없다.
정부와 기업들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다. 지금 AI거품론 따위를 거론할 때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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