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성자산이 최근 3년간 큰 폭으로 감소…무차입 기조 ‘흔들’
- 원인은 중국발 공급 과잉, 설비 투자 현금 유출
- 차세대 신소재 및 CCUS 사업 등 투자 여력 약화 우려
[편집자주]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기관·기업들의 딜(거래), 주식·채권발행, 지배구조 등 미세한 변화들은 추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슈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증권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풍문을 살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뉴스웨이브가 ‘게이트(門)’를 통해 흩어진 정보의 파편을 추적한다.
뉴스웨이브 = 황유건 기자
금호석유화학의 현금성자산이 최근 3년 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며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사업기조를 이어온 재무구조에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국내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대규모 설비 투자로 현금이 유출된 탓이다. 현금성자산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CNT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금호석유화학의 현금성자산은 2021년 말 1조7639억원을 기록한 뒤 지속 감소세다. 2022년 말에는 1조1509억원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는 1조1750억원, 올해 1분기 말에는 1조115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2021~2023년) 간 평균 부채비율은 43.73%로 양호한 편이다. 순차입금비율도 지난해 말 연결 기준 6.3%에 그치며 사실상 무차입 경영 중이다.
지난 3년간 현금 감소가 두드러진 원인은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과 자본적지출(CAPEX) 영향이 크다. 여기에 더해 국내 석유화학 소재를 수입해 쓰던 중국이 수년간 기초소재와 중간원료 등의 자급률을 높이며 판매 감소와 이윤 저하를 부채질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막강한 현금을 바탕으로 지난해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이는 와중에 설비 투자 기조를 고집했다. 최근 3년간 CAPEX 투자 항목을 살펴보면 ▲2021~2024년 4월 울산 공장 NB라텍스(연산 24만톤) 증설(2700억원) ▲2022~2023년 울산 수지공장의 ABS관련 투자(350억원) ▲금호피앤비화학 에폭시 증설(1320억원) 등 이다.
CAPEX가 느는 동안 현금창출력은 줄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2조4068억원에서 2022년(1조14743억원, 지난해 3590억원, 올해 1분기 786억원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훼손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우하향했다. 2021년 28.40% → 2022년 14.40% → 지난해 5.70% → 올해 1분기 4.70% 순으로 감소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020년 9445억원 → 2021년 2조6381억원 → 2022년 1조4146억원 → 2023년 6324억원 → 2024년 1분기 1447억원으로 줄었다.
순차입금은 2021년 말 마이너스(-)7413억원을 기록한 뒤 2022년 말에는 –3555억원을 보이더니 이듬해에는 -1077억원으로 상징적인 '-1000억원대 순차입금' 문턱을 가깟으로 지켰다. 올해 1분기는 순차입금은 –2026억원이다.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12.70%, 2022년 10.30%, 지난해 11.10%, 올해 1분기 11.1%를 보이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1년 58.50%, 2022년 35.90%, 지난해 39.80%, 올해 1분기 41.50%다.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00억원대를 돌파하며 실적 회복세가 예상됨에도 시장 일각에서 금호석유화학의 현금성자산 감소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3년 연속 현금성자산 감소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성자산 감소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금호석유화학이 진출한 차세대 신소재 CNT와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 청사진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09년 CNT 사업 진출했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우수하고 철강보다는 100배 이상의 강도를 갖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CNT 소재를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 등 3곳에 불과하다. 현재 총 120톤의 CNT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여수 율촌 산단에 360톤 규모의 플랜트를 준공할 방침이다.
CCUS 사업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금호석유화학은 한국특수가스와 합작법인 K&H특수가스(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를 설립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12월 전남 여수 제2에너지 사업장에 CCUS 사업의 핵심 설비인 이산화탄소 포집과 액화 플랜트 착공식을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내년까지 액화플랜트(연산 6만9000톤)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금호석유화학은 막대한 현금을 전략적 신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했다. 금호석유화학이 CNT와 CCUS를 공식적으로 진행하기 전후인 2021년의 현금성자산(1조7639억원)은 넉넉한 상황이었다. 준공이 임박한 가운데 추진 동력인 현금은 올해 1분기 대비 6483억원 이상 감소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올해 주주총회서 신성장 동력으로 친환경 바이오, 스페셜티 소재, 전기차 솔루션 등 미래 3대 먹거리 사업을 선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