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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용웅 칼럼] 우주항공청, 인도 성공 사례에서 교훈 얻어야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

 

 

지난 2023년 8월23일 인도 무인우주선 찬드라얀3호의 달 착륙선 '바크람'이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찬드라얀 3호의 탐사 로봇은 열흘 간의 활동을 끝내고 '슬리핑' 모드에 들어갔지만 인도의 우주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리고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인도는 엔화 추락에 시달리는 일본을 국가 GDP 순위에서 밀어내고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신흥강국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 2300 달러(약 308만원)로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이미지에 갇혀 있는 인도가 선진국들의 각축장인 달 탐사 영역에서 ‘최초’ 타이틀을 따낸 것은 의미가 깊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7일 출범하는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차관급)에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지난 24일 내정했다.

1급인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는 존 리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본부장을, 우주청 차장에는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을 각각 기용했다.

여야가 격렬한 정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우주항공청 출범에는 일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롭게 우주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 우주항공청은 갈길이 멀기에 새삼 인도의 경우가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다.

◇ 민관협력시대 개척한 인도 우주산업 발전 전략이 주는 시사점은

인도는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우주기술 개발 역량을 쌓아오며 이 분야에서만큼은 10대 강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다.

2022년 기준 인도의 우주산업 예산 규모는 19억3000만 달러로, 세계 최대 우주산업 투자국인 미국의 32분의 1, 2위 투자국인 중국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인도가 더 많은 우주개발 투자를 해왔던 국가들을 따라잡은 것은 국영 우주기관인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에 역량을 집중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9년 정부 산하 기관으로 출범한 ISRO는 수십년간 꾸준히 역량을 키워왔다.

인도는 ISRO에 국가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민간영역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쓴 것이다.

이같은 민관 협력으로 일정한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었고 관련 주요 부품과 인력을 자국 내에서 충분히 조달이 가능해진 것이 찬드리안 3호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도처럼 민간기업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기술혁신을 도모하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등 민간의 우주산업 생태계 참여가 필수적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우주산업이 2020년 3850억달러(약 480조원) 규모에서 2030년 5900억달러(약 735조원),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7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더 크게 예측을 했는데, 2040년 시장 규모를 2조7000억달러(약 3363조원)까지 내다보았다.

이처럼 덩치를 날로 키워가고 있는 우주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길은 무엇인가.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더욱 많은 공공-민간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상호 윈윈(win-win)을 위해서 정부의 우주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정부와 민간의 관계를 재설정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독점하던 우주개발 기반시설을 민간에 공유하고, 민간에 기술이전을 촉진하는 등 민간이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김민석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KAIA)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민간 우주 산업체들이 너무 영세하다면서 “전체의 64%가 1년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업체라는 것이 대부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유지되는 연구실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려 파이를 키워 여러 민간 우주산업체에 골고루 재원이 잘 흘러가도록 물꼬를 설계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우주항공청은 바로 이같은 민관 협력 시대를 열어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인도는 꾸준한 우주 분야 투자를 통해 산업 생태계가 갖춰지며 주요 부품과 인력을 자국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된 상태다. 이를 통해 찬드라얀 3호에는 전자 부품부터 우주 발사체 통신 및 항법에 사용되는 장치까지 수백개의 민간 기업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4월 20일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내각의 최종 승인을 받은 ‘인도 우주정책 2023)’을 발표했다. 우주 부문에 민간의 참여를 장려하겠다는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2017년 11월 인도 정부는 '우주법안 2017'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년 6월 공식적으로 민간의 우주산업 참여를 허용한 법안이 도입되면서 인도 정부는 우주 경제와 민간 부문의 우주산업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도 국가 우주진흥 및 인증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 발표된 인도 '우주정책 2023'에서는 IN-SPACe를 우주산업 분야 기업들의 활동 촉진, 관리, 가이드 및 승인 업무를 담당할 공식적인 정부 기관으로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같은 노력 탓인지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는 현재 140여개의 우주기술 신생기업이 있으며, 벤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인 2020년 우주기업이 5개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2017년까지 누적 3800만달러(약 500억원)에 그쳤던 우주부문 스타트업 투자는 2022년 한 해에만 1억1900만달러(약 1600억원)로 늘었다.

◇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미국 정부가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2조원대 비밀 계약을 맺고, 수백 개의 정찰 위성을 연결하는 스파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미 정보기관인 국가정찰국(NRO)과 2021년 18억 달러(약 2조3976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스페이스X의 군사용 위성 서비스 ‘스타실드(Starshield)’ 사업부에서 해당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800억달러(약 237조원)로 평가된다. 스페이스X가 상장사라고 가정한다면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40위권에 해당된다.

소진웅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에 책정된 240조 4800억원의 기업가치에 스페이스X가 제시한 올해 예상 매출액 20조475억원을 대입하면 올해 주가매출비율(PSR)은 12배다. 고금리 환경에서 제조 기반을 지닌 회사가 받기에는 부담스러운 기업 가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이력, 이를 바탕으로 획득한 대체불가 지위, 든든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스타링크 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 세상 사람들은 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성공을 믿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지금 머스크는 전세계 정보망을 좌지우지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운명도 결정짓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5월 출범하는 우주항공청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기술개발을 주도하면서도 이처럼 민간 영역에서 ‘한국형 스페이스X’의 탄생을 도와주는 산파역도 같이 해야 진정한 성공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용웅 뉴스웨이브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