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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뉴스웨이브][현미경]'또 차입금 대거 만기도래' 롯데건설,1년만에 회사채 2천억 발행 강행

-26일 증권신고서 제출.  31일 수요예측.차입금 대거 만기도래로 다급한듯 
-태영사태로 대우건설, 롯데케미칼 등 회사채 발행 연기 분위기속 강행
-연초 연기했다가  다시 추진. 롯데케미칼 지급보증에 유사시 당국 지원 기대하는듯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롯데건설 제공]

 

[편집자주] 기업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호재와 악재를 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일부 뉴스는 숫자에 매몰돼 분칠되며 시장 정보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것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치다. ‘현미경’ 코너는 기업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특정 동선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되짚어 본다. 

 

뉴스웨이브 = 이태희 기자

 

작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의 공모 회사채 발행이 다시 얼어붙은 가운데 태영건설 못지 않게 작년 내내 자금난을 겪었던 롯데건설이 과감하게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물론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하는 조건의 회사채다.

 

롯데건설은 지난 26일 모두 2000억원 규모의 롯데건설(주) 제147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원화 공모사채 발행에 관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청약 및 납입기일은 다음달 7일이며, 상환기일이 2025년 2월7일인 1년물이다.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대표 및 인수주관사들이며, 자금의 사용목적은 채무상환자금이라고 공시는 밝혔다. 계속 만기가 돌아오는 각종 차입금들의 상환용으로 발행하는 회사채라는 설명이다.

 

 

수요예측은 오는 31일 실시된다. 수요예측 시 공모희망금리는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에서 청약 1영업일 전(30일)에 최종으로 제공하는 롯데케미칼(주) 1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 -0.70%p. ~ +0.70%p.를 가산한 이자율로 하기로 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른 확정 금액 및 이자율은 다음달 1일 정정신고서를 통해 공시할 예정이다.

 

현재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이지만 모기업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으로 해당 채권은 'AA' 등급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원래 지난 2일을 발행 예정일로 1년 만기 회사채(롯데케미칼 지급보증) 25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태영건설 사태로 연기한 바 있다. 이번에 발행 예정액을 500억원 줄여 다시 발행에 도전하는 것이다.

 

롯데건설 외에도 대우건설과 롯데케미칼도 올 연초 회사채 발행을 연기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부담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모기업 롯데케미칼 마저 회사채 발행을 연기했는데, 문제의 중심인 롯데건설이 먼저 회사채 발행을 다시 강행하는 셈이다.

 

롯데건설의 공모 회사채 발행은 2022년 말 이후 없었다. 과연 시장이 얼마나 호응해줄지, 시장의 반응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건설사를 둘러싼 투자 심리가 여전히 냉랭한 점이 문제다. 작년 내내 시장은 건설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등 채권 매수에 소극적이었으며, 작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더욱 냉랭해진 분위기다.

 

지난 22일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초우량 1위 건설사 현대건설 공모 회사채 마저 민평보다 높은 금리를 형성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웬만한 건설사들은 공모 회사채 시장에 아예 접근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수건설과 신세계건설 등은 최근 사모 회사채 시장을 통해 겨우 회사채 발행을 마쳤다.

 

이런 시장 상황인데도 롯데건설이 다시 회사채 발행을 강행하는 것은 당장 이달과 2월 초 만기가 돌아오는 계열사 단기차입금만 9천억 원에 이르고, 다른 차입금 만기도 속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만약의 경우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에 더해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 등 정부 지원책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A등급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이 새롭게 발행하는 회사채의 70%를 매입해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게 되면 롯데건설은 최악의 경우 전체 회사채 발행금액의 30% 정도만 스스로 해결하면 된다.

 

롯데건설은 작년 말 태영건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유동화증권 1939억 원), 울산 강동리조트 개발사업(1130억원) 등 작년 10월부터 11월까지 만기가 도래한 유동화증권, 유동성 차입금 등 약 2조원 규모의 차환(리파이낸싱)에 성공, 어느 정도 자금사정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태영건설 사태와 올 1분기에 대거 돌아오는 각종 차입금 만기가 다시 롯데건설과 롯데그룹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부진한 영업실적과 여전히 높은 각종 차입금 부담,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분양시장 등도 문제다.

 

 

한편 롯데건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PF우발채무는 부동산 호황기 때의 적극적인 수주정책의 영향으로 2020년 말 3.6조원에서 2021년말 5.4조원, 2022년 말 6.8조원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후 신규 수주 제한, 분양대금을 통한 PF대출 상환, 광주 중앙공원 등 수주 사업장의 본PF 전환 등으로 2023년 말 PF우발채무는 5.4조원으로 감소했다. 롯데건설이 연대보증 및 자금보충을 제공한 PF대출 금액은 총 5조4224억원으로, 이 중 올해 1분기에만 3조 9174억원 (유동화증권 3조 5016억원)이 만기도래할 예정이다.

 

이에 롯데건설은 시중은행들과 2.4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해당 펀드에 롯데그룹 계열사 및 증권사들도 참여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이 조달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논의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